뒤로가기
  • HOME
  • 소식
  • 보도자료

보도자료

게시물 내용
[인천일보, 2021-07-06] [잇츠피플] ‘이야기를 담은 지도를 그리다’ 작가 김 봄의 심상지도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1-07-06
조회수 :
1465

[잇츠피플] ‘이야기를 담은 지도를 그리다’ 작가 김 봄의 '심상지도'


11일까지 동구 우리미술관서 <심상지도> 전시회
장소에 주목하고 인천 공간의 의미 환기





장소에는 이야기가 있다. 단순한 물리적 위치나 환경을 넘어서 누군가의 삶과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근대화를 겪은 도시, 한국 근현대사를 간직한 장소, 서울과 멀고도 가까운 곳 인천을 실재하는 객관적 지도에 녹여낸 그림 작가, 김 봄을 직접 만났다.

어린 시절 취미로 그림을 그리시던 어머니와 자라며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된 김 작가는 자연스럽게 그림 작가의 꿈을 갖게 됐다. “부평서초등학교 재학 당시 미술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제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를 찢어가신 적이 있어요. 알고 보니 상을 주시려고 그러셨더라고요” 이후 예술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많은 단체·개인전을 개최하며 15년 차 그림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도에 이야기를 담다
김 작가의 주요 작업은 ‘그림지도’다.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지도를 보고 그 지역을 탐색하는 것처럼 김 작가도 지도를 통해 지역과 지형을 본다. 지역의 지형적 특성, 정체성, 지역 뉴스들을 검색하고 옛 지도와 현재의 지도를 비교해 보면서 변화한 점과 장소만의 시각적 특징을 다시 살피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가진 도시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도 함께 담아 지도위에 그림으로 녹여낸다. 이 작업을 김 작가는 ‘재장소화 한다’고 말한다.

재장소화를 통해 우리가 도시를 거닐면서 봤던 기억을 환기하고, 그 장소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떠올리고, 기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가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다.

“저는 한 도시 안에 각자의 기억과 몸으로 경험한 현재 도시의 모습을 지도 안에서 공유하고 기록하고자 합니다. 객관적인 지표 위에 작가의 지리적 상상력이 더 해져 동시대를 이해하고, 개인뿐 아니라 현대 사회와 세계에 대해 사유하고 공감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장소를 다양한 시점에서
“다양한 시점에서 보는 하나의 장소를 평면에 담는 작업”
동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의 작품 표현 방식의 특징은 ‘여백’과 ‘다(多)시점’이다.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미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흰색 여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서양의 원근법에서 벗어나 평면적으로 풍경을 본다. 새가 하늘에서 아래를 바라본 듯 일반적인 평면 지도처럼 보이지만 바로 앞에서 보듯 입체감이 살아있는 건물들이 그의 작품 속에 공존하는 이유다.


인천은 ‘역동적인 도시’
김 작가는 인천과 연고가 깊다. 인천 부평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고, 2012년에는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1년간 장기입주작가로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송도 신도시의 개발 속도와 부평 캠프마켓의 변화 등 9년 전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작업했을 때와 지금의 인천을 비교하면 몇몇 장소들이 빠르게 변했다”며 인천을 ‘역동적인 도시’라고 표현했다. 김 작가가 본 인천은 그의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 ‘Camp market’이다. 부평에 있는 미군 부대가 있던 공간은 군인의 군복 느낌을 살려 위장(카모플라지) 패턴으로 채색했고, 하얗게 비워진 부분은 부대 건물이 있던 자리다. 김 작가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지형이다”며 “오랜 시간 닫혀있던 공간이라, 어쩌면 아파트 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공간의 용도가 달라진 캠프마켓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중구의 고지도를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그려낸 작품 ‘개항장’이다. “장소에 있던 역사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를 뒤섞어 놓는 작업”을 한다는 김 작가의 그림 속에는 월미도와 함께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답동성당 등 다양한 근대 문물과 문화가 유입된 흔적들이 한눈에 보인다.



괭이부리마을의 일상을 담은 ‘어떤 동네-개와 고양이’다. 괭이부리마을을 주제로 한 유동훈 작가의 ‘어떤 동네’ 서적을 읽고 답사 후 그려낸 그림 중 하나인 이 작품은 낡은 담벼락과 창문,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과 한곳에 모아둔 연탄재들, 화분에 담긴 가녀린 식물, LP가스통을 사용하는 집들과 가스 공급을 받는 집들의 담벼락에 설치된 계량기,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림 속 개와 고양이가 관람객을 응시하고 있으니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아요”



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은 ‘in the air2’다. 전시의 포스터에도 사용된 이 그림은 위성 지도를 통해 본 인천 연안동을 면, 선, 점들을 사용해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새가 하늘에서 바라본 듯 평면적인 지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재하는 위치에 공장, 주차장, 아파트, 선적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표현 방법의 지도 작업은 항상 작은 사이즈로 작업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공을 많이 들여 크게 확대해서 그려봤습니다. 설명 없이 보면 추상적인 풍경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선박의 모양이나 아파트 등의 디테일이 잘 보이고 추상적인 면과 구상적인 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작업 환경과 향후 활동 계획
김 작가는 작업 환경에 대해 각종 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조언했고 고지도와 위성 지도를 활용한 작업들을 병행하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요즘에는 예술인들을 위한 제도가 좋아져서 작품이 꾸준하고 좋기만 하다면 작가들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이나 아르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지원하는 사업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잘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갤러리에 방문한 사람이 3초 이상 한 그림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의미와 이야기가 있는 그림으로 그 이상을 볼 수 있게 하고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김 봄 작가의 전시 <심상지도>는 오는 11일까지 동구 우리미술관에서 진행되며, 만석동을 비롯한 인천지역의 모습을 담아낸 김봄 작가의 회화 작품 12점을 만나볼 수 있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고향에 돌아와 여는 전시라 뜻깊습니다.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작업했던 작품과 신작을 함께 전시하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괭이부리마을을 담은 9년 전 작품과 이번 신작의 시점 변화를 살펴보며 관람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발전해서 위성 지도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표현 방법이 디테일해졌습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