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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2022-04-28] 인천 만석동 우리미술관 '그냥 그림' 전시회… 원로 한국화가 이환범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2-05-03
조회수 :
697

인천 만석동 우리미술관 '그냥 그림' 전시회… 원로 한국화가 이환범

마음 가는대로 맞지만, 붓 가는대로 아니다

이환범 작가


''무엇을 목격했을 때 당장 그리고 싶다거나 그리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하는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마음에 끌리는 것, 마음에서 감동이 일어나는 것, 그걸 본 순간이면 무엇이든지 '그냥' 이렇게 그리는 겁니다.'

지난 21일부터 인천 동구 만석동 우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원로 한국화가 이환범(72)의 개인전 제목은 '그냥 그림'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환범 작가는 '그린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그려낸 자신의 한국화 작품 15점을 걸었다. 만석동 괭이부리말의 골목 풍경과 부둣가, 인천역, 전철 속 풍경 등이 그림에 담겼다.

괭이부리말 골목·부둣가·인천역 속 '정겨움' 최소한의 도구만 챙겨 현장서 그려내
기계적 원근법 무시 화면 재구성 '1983년 인천에 왔을 때 여백과 여유 있어 좋았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림 앞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된다. 작가에게 관람객들의 반응을 물었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편안하다'는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듣는다'면서 '나도 보는 이로부터 '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림을 추구한다'고 답했다. 작품에는 배경이 되는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이나 동물이 언제나 정겨운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추구하는 편안함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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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범 作 '저마다'(45x65㎝·화선지에 먹과 채색·2020). /인천문화재단 제공


'그냥' 그렸다고 해서 붓 가는 대로 그린 그림은 아니다. 실제로는 버려지는 그림도 무수히 많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생각 없이 쭉쭉 그리는 것 같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 미리 생각을 해두고 그려야 해요. 손이 가는 대로 놔뒀다간 거의 다 망친다고 보면 됩니다.'(웃음)

이환범 작가는 1983년 인하대 사범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인천과 연을 맺었다. 2012년 퇴임한 이후에도 인천에 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현장감이 넘친다. 작업 방식이 조금 특별하다. 그는 먹을 미리 곱게 갈아 병에 담고선, 붓과 종이를 들고 운동화를 신고 그릴 것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최소한의 도구만을 준비하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싶은 것을 만나면 그 즉시 밑그림을 현장에서 그리는데, 종이와 화구를 펼쳐놓고 길바닥에 주저앉거나 선 채로 작업한다. 종이가 클 때는 종이를 접어 화면을 나눠 그리기도 하고 두꺼운 '폼보드'를 종이에 받치고 그리는 경우도 있다.

그는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과 현장에서 그리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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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범 作 '괭이부리말 골목'(47x70㎝·화선지에 먹과 채색·2022). /인천문화재단 제공


그는 기계적인 원근법을 무시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 화면에 재구성해 그린다. 화폭에 등장하는 사물이 공간을 짓누르지 않도록 너무 빽빽한 풍경에는 여백을 준다. 실제로는 볼품이 없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도시도, 그림 속에서는 일부러 예쁜 모습으로 그려주고, 품어주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 작가는 인천의 행정가들이 도시를 채우지 말고 비우려는 노력을 견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1983년에 인천에 왔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도시에 (한국화에 나타나는) 여백이 있고, 여유가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정말 무섭게 변해갔습니다. '난개발'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이 도시에서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지금은 이전보다 고민을 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긴 합니다. 한국화에서는 특히 뭘 잘 생략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지금은 너무 꽉 차 있단 말입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다시 살릴 것은 살리고 또 비워가는 그런 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원문보기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20427010005456